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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치황제 출가시

샤르딘 2018. 11. 15. 12:16

순치황제 출가시


- 이제 손을 털고 산으로 들어가니


곳곳이 총림이요 쌓인 것이 밥이러니


대장부 어데 간들 밥 세 그릇 걱정하랴.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 줄을 아지 마소


가사 옷 얻어 입기 무엇보다 어려워라


 

이내 몸 중원천하 임금 노릇 하건 만은


나라와 백성 걱정 마음 더욱 시끄러워


인간의 백년 살이 삼만 육천 날이란 것


풍진 떠난 명산대찰 한나절에 미칠 손가.



당초에 부질없는 한 생각의 잘못으로


가사 장삼 벗어 치고 곤룡포를 감게 됐네.


이 몸을 알고 보면 서천축 스님인데


무엇을 반연하여 제왕가에 떨어졌나?

 



이 몸이 나기 전에 그 무엇이 내 몸이며


세상에 태어난 뒤 내가 과연 뉘기런가


자라나 사람 노릇 잠깐 동안 내라더니


눈 한번 감은 뒤에 내가 또한 뉘기런가.



백년의 세상일은 하루 밤의 꿈속이요


만리의 이강산은 한판 놀음 바둑이라


대우씨 9주 긋고 탕임금은 걸을 치며


진시왕 6국 먹자 한태조가 새 터 닦네.

 



자손들은 제 스스로 제 살복을 타고 났으니


자손을 위한다고 말 소 노릇 그만하소.


수천년 역사위에 많고 적은 영웅들아


푸른산 저믄 날에 한줌 흙이 되단말가.



올적엔 기쁘다고 갈 적에는 슬프다고


속없이 인간에 와 한 바퀴를 돌단말가.


애당초 오잖으면 갈일조차 없으리니


기쁨이 없었는데 슬픔인들 있을손가



나날이 한가로움 내 스스로 알겄이라


이 풍진 세상 속에 온갖 고통 여일이라.


입으로 맛 드림은 시원한 선열미요.


몸 위에 입는 것은 누더기 한 벌 원이로다.



오호와 사해에서 자유로운 손님되어


부처님 도량 안에 마음대로 노닐새라


세속을 떠나는 일 하기 쉽다 말을 마소


숙세에 쌓아 놓은 선근없이 아니되네.



18년 지내간일 자유라곤 없었도다.


강산을 뺏을려고 몇 번이나 싸웠드냐.


내 이제 손을 털고 산속으로 돌아가니


만가지 근심걱정 내 아랑곳 할것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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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 어디를 가나 총림이요, 


먹을 밥은 산처럼 쌓여 있어 발우만 들면 어디를 가든 마음대로 먹을 수 있네. 


황금도 흰 구슬도 귀한 것이 아니다. 오직 가사를 입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다. 


짐은 산하대지의 주인으로서 나라와 백성들을 걱정하여 마음이 무거웠는데, 


임금으로서의 백년 삼만 육천일이 절에서의 한가한 반나절만 못하더라. 


지난 세상 한 생각 잘못하여 가사로써 임금의 황포와 바꿔 입었네. 


나는 본래 서방의 한 수행남자였으니, 무슨 인연으로 제왕의 집에 태어났던가. 


태어나기 전에는 누가 나였으며 태어난 이후에는 내가 또 누구인가. 


자라서 성인이 되어 겨우 나라고 하지만 눈을 감으면 아득하여라. 


이 또한 누구인가. 


백년의 세상사는 하룻밤의 꿈이요, 만리의 강산은 한판의 바둑일세. 


우 임금은 구역을 나누어 나라를 잘 다스렸고, 


탕 임금은 걸주를 쳐서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다. 


진나라는 여섯 나라를 통일시키고 한나라는 기반을 구축하였다. 


자손들은 스스로 자손의 복이 있으니 자손을 위해서 소나 말이 되지 말라. 


예부터 그 많은 영웅호걸들 동서남북에 모두 흙이 되어 흩어졌네. 


태어날 때는 기쁘나 죽을 때는 슬픈 것. 공연히 인간 세상에 와서 한바탕 돌아가네. 


차라리 오지 말고 가지도 않는다면 기쁨도 없고 슬픔도 없을 것을. 


나날이 맑고 한가한 맛 스스로 알 뿐, 자욱한 먼지 세상 그 고통 떠났도다. 


입으로 먹는 것은 맑고 담백한 음식이요, 몸에 걸치는 것은 누더기뿐이로다. 


다섯 호수 사방 천지 나그네 되어, 이 절 저 절 소요자재 마음대로 드나든다. 


입산 출가를 쉽다고 하지 말라. 세세생생 쌓은 인연, 그 뿌리가 있어서다. 


18년의 왕 노릇이 너무나 힘들었네. 방방곡곡 일어나는 전쟁 그 언제 그칠런가. 


나는 이제 손을 털고 산으로 돌아가니 천만 가지 근심걱정 무슨 관계 있을손가. 


 


 


 


天下叢林飯似山  鉢盂到處任君餐  黃金白璧非爲貴  惟有袈裟被最難 


 천하총림반사산    발우도처임군찬    황금백벽비위귀    유유가사피최난  


朕乃大地山河主  憂國憂民事轉煩  百年三萬六千日  不及僧家半日閑 


 짐내대지산하주    우국우민사전번    백년삼만육천일    불급승가반일한 


悔恨當初一念差  黃袍換却紫袈裟   我本西方一衲子  緣何流落帝王家 


 회한당초일념차    황포환각자가사    아본서방일납자    연하유락제왕가 


未生之前誰是我  我生之後我爲誰  長大成人纔是我  合眼朦朧又是誰 


 미생지전수시아    아생지후아위수    장대성인재시아    합안몽롱우시수 



百年世事三更夢  萬里江山一局碁  禹疏九州湯伐桀  秦呑育鞠漢登基 


 백년세사삼경몽    만리강산일국기    우소구주탕벌걸    진탄육국한등기 


兒孫自有兒孫福  莫爲兒孫作馬牛  古來多少英雄漢  南北東西臥土泥 


 아손자유아손복    막위아손작마우    고래다소영웅한    남북동서와토니 


來時歡喜去時悲  空在人間走一回  不如不來亦不去  也無歡喜也無悲 


 내시환희거시비    공재인간주일회    불여불래역불거    야무환희야무비 


每日淸閑自家知  紅塵世界苦相離  口中吃的淸和味  身上願被白衲衣 


 매일청한자가지    홍진세계고상리    구중흘적청화미    신상원피백납의 


五湖四海爲上客  逍遙佛殿任君棲  莫道出家容易得  昔年累代重根基 


 오호사해위상객    소요불전임군서    막도출가용이득    석년누대중근기 


十八年來不自由  山河大戰幾時休  我今撒手歸山去  那管千愁與萬愁 


 십팔년래부자유    산하대전기시휴    아금살수귀산거    나관천수여만수 




- 순치황제 출가시  


   이 시는 순치 황제(順治皇帝)가 출가하여 스님이 될 때 지은 시다. 청나라 세종(世宗)인데 재위 18년(1644~1661) 동안 만주와 중국까지 통일한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서에는 재위 10년 만에 죽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이 시를 보면 18년 되는 해에 세속을 버리고 입산하여 스님이 된 것으로 되어 있다. 청나라의 역대 황제들은 모두 불교를 돈독히 신앙하여 불사를 많이 이룩한 사실이 있다. 순치 황제가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순치 황제가 출가를 할 당시에는 중국에 총림이 많았다. 가는 곳마다 먹을 것이며 입을 것도 흔한데 그것 때문에 골머리를 싸안고 끙끙대며 살 필요가 있겠는가. ‘가사 입고 스님 노릇을 하는 것이 귀한 일이지 황금과 보석이 무엇이 그리 귀한가.’라는 물질과 재산과 명예에 초연한 모습이 보인다. 자신은 황제로서 나라 걱정 백성 걱정하느라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는데 절에서의 한가한 반나절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자신은 전생에 인도의 스님으로서 산길을 가다가 쉬고 있는데 들판에서 왕의 행차가 길게 늘어져 있고 풍악이 울리며 호위가 삼엄한 광경을 보고, ‘왕 노릇도 한번은 해볼 만한 일이구나.’하는 생각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뒷날 황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출가시에서 당신은 그것을 후회하고 있다. 천하의 명예와 이익을 좇아 상가 집 개가 되어 정신을 잃고 사는 승려들은 깊이 생각해볼 글이다. 


   진정한 나란 누구인가. 모두 ‘나다’, ‘나다’라고 하지만 눈을 감으면 참나는 누구인가. 세속의 어떤 성공도 모두가 허망한 것이다. 고래로 그 어떤 영웅호걸도 모두가 한 줌의 흙이 아닌가. 그리고 자식들 때문이라고들 하지만 자식들은 다 자식들의 삶의 분이 있다. 자식들 때문에 소나 말 노릇을 할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태어나면 좋아하고 죽게 되면 슬퍼한다. 차라리 태어나지도 말고 죽지도 아니하면 기쁨도 슬픔도 없을 것을. 





   출가를 하고 나니 하루하루의 삶은 한가하고 깨끗하여 홍진세상을 멀리 여의었다. 먹는 것은 소채뿐이요, 입는 것은 누더기다. 천하에 걸림 없는 나그네가 되어 가고 싶은 곳은 마음대로 간다. 이와 같은 출가의 복이 아무나 할 수 있겠는가. 세세생생 복을 지어야 하고 인연을 지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 삼대적선(三代積善)을 해야 된다는 말이 있다. 18년 동안 너무나 부자유했다. 이제 나는 손 털고 산으로 간다. 더 이상 다시 무슨 근심 걱정이 있겠는가. 아, 상쾌하고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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